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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봉사'에서 '디자이너'로: 새로운 직업의 탄생
19세기 이전까지 옷을 만드는 사람은 ‘재단사’ 혹은 ‘재봉사’로 불렸습니다. 그들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옷을 만들고, 체형에 맞게 수선해주는 기술자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그중에서도 파리에서는 이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옷을 ‘만들어주는’ 사람을 넘어서, “당신은 이 옷을 입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스타일 제안자의 역할을 하는 소위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바로 이 순간, ‘디자이너’라는 개념이 태동한 것입니다. 이들은 고객의 취향을 수용하면서도, 자신만의 미적 철학을 담은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았고, 그 결과로 디자이너의 이름을 담은 “패션 하우스(꾸뛰르 하우스)”들이 시작되는 역사가 등장합니다.
2. 오뜨 꾸뛰르의 제도화: 프랑스가 만든 패션의 권위
이런 흐름 속에서 프랑스는 단순한 고급복 시장을 넘어서, 패션 산업을 ‘제도’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1930년대, 프랑스 상공회의소 산하에 ‘오뜨 꾸뛰르 협회’가 공식 설립됩니다. 그때부터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라는 이름은 아무나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부터 오뜨 꾸뛰르는 단순히 값비싼 옷이 아닙니다. 모든 옷은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하고, 1:1 맞춤 피팅을 통해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고객 한 명만을 위한 유일한 옷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감당하려면 자체 아틀리에와 일정 수의 기술자를 보유해야 하고, 매년 일정 수 이상의 컬렉션을 선보여야 하는 등의 조건도 충족해야 했습니다. 이때부터 오뜨 꾸뛰르는 단순히 상류층을 위한 고급 패션이 아닌, 프랑스의 자부심인 장인의 기술, 예술가의 감성, 시대정신을 담은 ‘패션의 최고’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것입니다.
3. 프레타포르테와의 구분: 대중성과 예술성의 갈림길
한편,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기성복 시장은 점차 ‘프레타포르테(prêt-à-porter)’라는 이름으로 분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말 그대로 “입을 준비가 된 옷”을 의미하며, 사이즈만 맞으면 누구든 입을 수 있는 대량생산 기반의 옷을 의미하게 됩니다.
프랑스는 이 두 시장을 모두 발전시킨 독특한 국가입니다. 한쪽에서는 오뜨 꾸뛰르가 예술의 영역을 지키고, 다른 한쪽에서는 프레타포르테가 일상과 산업의 실용성을 채워주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전통이 현대까지도 전 세계 패션의 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20세기 중후반 이후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두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게 됩니다. 고급성과 대중성, 장인정신과 트렌드의 조화. 그 균형 위에 지금의 프랑스 패션 산업이 놓여 있습니다.
4. 여성복 혁신가들의 태동: 샤넬, 폴 포아레, 비오네의 전조
이 시기 프랑스 패션계를 이끌었던 몇몇 인물들은 그저 옷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시대를 바꾼 혁신가였습니다. 코코 샤넬은 여성에게서 코르셋을 벗기고,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은 실루엣을 통해 ‘현대 여성’의 이미지를 재정의했습니다. 폴 포아레(Paul Poiret)는 동양풍의 드레이핑 실루엣과 화려한 장식으로 패션을 하나의 ‘쇼’로 끌어올린 디자이너였습니다.
마들렌 비오네(Madeleine Vionnet)는 신체의 곡선을 가장 아름답게 드러내는 ‘바이어스 컷’ 기술로 패션이 기술과 미학의 경계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유명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여성의 삶과 사회적 위치를 바꾸는 문화적 존재였습니다.
19세기 말, 파리에서 시작된 오뜨 꾸뛰르는 단순한 옷의 역사가 아니라 ‘디자이너’라는 존재의 탄생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패션을 바꾼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감각과 이상을 입히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 다음 글 예고
“3편에서는 ‘꾸뛰르 하우스’라는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 중심에 서 있던 디자이너들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봅니다.”
Written by Insight_M | 모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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