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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중심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파리’를 떠올리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패션을 예술의 영역까지 끌어올렸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사회적으로 제도화시킨 최초의 국가입니다. 이 시리즈의 첫 이야기는 바로 그 기원에서 시작됩니다.
1. 궁정 무대 위에서 탄생한 ‘복식 권위’
프랑스의 패션 권위는 17세기 절대왕정, 특히 루이 14세 시대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출발합니다. 태양왕이라 불렸던 루이 14세는 복식과 장식을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했어요. 귀족들의 옷차림을 궁정 규율로 엄격히 규정했고, 계급에 따라 착용 가능한 옷과 색, 레이스, 심지어 굽 높이까지 차등을 두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패션을 통해 권력 질서를 시각화한 것이었습니다. 이 시기 프랑스는 유럽의 미적 기준을 설정했고, 런던과 피렌체, 빈의 귀족들조차 파리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을 좇았습니다. 이미 이때부터, 프랑스는 ‘복식의 수도’로 기능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2. 오뜨 꾸뛰르와 샤를 프레드릭 워스의 등장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패션 산업’이 태동한 시점은 19세기 중반입니다. 그 중심에는 ‘샤를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라는 영국 출신 디자이너가 있었습니다.
1858년, 그는 파리에 최초의 오뜨 꾸뛰르 하우스를 열었고,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하며 '꾸뛰리에'라는 개념을 정착시켰습니다. 이전까지 옷은 익명의 재단사들이 만들었지만, 워스는 처음으로 "이 옷은 내가 디자인했다"고 말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주체성을 드러낸 인물입니다.
그는 고객을 위해 맞춤 디자인을 제시하고, 계절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발표하는 초기 패션쇼 개념도 시도했죠. 그의 고객 명단에는 나폴레옹 3세의 황후 유제니를 비롯해 왕족과 상류층이 포진해 있었고, 그는 곧 ‘황제의 디자이너’로 불리며, 프랑스 패션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3. 국가가 제도화한 패션 산업
프랑스가 패션을 ‘국가 산업’으로까지 끌어올린 건 단순한 문화적 취향 때문이 아닙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 프랑스 정부는 패션 산업을 수출 가능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보호·육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파리 꾸뛰르 조합(Chambre Syndicale de la Haute Couture)은 디자이너 등록제도, 모델 보호, 시즌별 컬렉션 발표 기준 등을 도입하며 패션을 장인의 예술이자 산업으로 인정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처럼 프랑스는 디자이너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그들을 문화적 창작자로 대우하며 세계로 수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Made in Paris'는 단순한 지리표시가 아니라, 세련됨과 품격, 예술성의 대명사가 된 것이죠.
4. 디자이너는 시대를 입는다 - 그 시작점에 선 파리
이 시리즈는 1900년대부터 2025년까지, 프랑스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시대정신을 옷으로 표현해왔는지를 탐구합니다. 샤넬이 해방을, 디올이 회복을, 생로랑이 혁신을 입혔던 그 시간들을 따라가며, 우리는 한 벌의 옷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사회·문화·정치의 반영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흐름의 시작점은, 바로 지금 우리가 살펴본 프랑스, 파리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오뜨 꾸뛰르’의 탄생과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업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계속해서 ‘디자이너는 시대를 입는다: 프랑스 편’과 함께해주세요.
Written by Insight_M | 모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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